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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CODE

제 7화, 증권심리학 '코스톨라니의 달걀'

by Ananti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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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심리학 '코스톨라니의 달걀'

 

1. 당신은 부화뇌동파인가, 소신파인가?

 

증시가 호재성 또는 악재성 뉴스에 반응하는 강도를 이해하는 것을 나는 '시장의 기술적 이해'라고 부른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시장 기술을 여러 증권 수학자들이 개발해 온 차트나 오실리에이터, 모형 등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기술적 이해는 다음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다. "과연 증권의 대다수가 현재 누구의 손아귀에 있는가?"

 

크게 보아 나는 주식투자자를 부회뇌동파와 소신파, 이 두 가지로 분류한다. 소신파는 말 그대로 투자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은 승자에 속하며 그들이 수익을 보는 것은 결국 부화뇌동파 덕분인 경우가 많다. 증권을 가지고 노름을 하는 이들은 부화뇌동파에 속한다. 그러면 부화뇌동파와 소신파는 어떻게 다른가? 소신파는 옛날 프로이센의 몰트케 원수가 전쟁의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한 네 가지 요소, 즉 4G를 가지고 있다. 4G란 돈(Geld), 생각(Gedanken), 인내(Geduld), 그리고 행운(Gluck)이다.

 

 

2. 코스톨라니의 달걀

 

시장이 과매수 상태인지 아니면 과매도 상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식시장의 상승 운동과 하강 운동의 해부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운동은 증권시장에서 분리할 수 없는 짝이므로 같이 살펴봐야 한다. 하강 운동의 끝을 알아채지 못하면 상승 운동의 시작을 알아낼 수가 없으며, 상승 운동이 어디서 끝날 것인지를 알지 못하면 하강 운동의 시작을 예측할 수가 없다. 나는 모든 투자 시장(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장기 변동을 강세장과 약세장으로 구분한다. 강세장과 약세장은 각기 세 가지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조정국면
  2. 적응 국면 혹은 동행 국면
  3. 과장 국면

상승 운동과 하강 운동의 여러 국면이 서로 교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원형으로 그려 볼 수 있다. 이 원형을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고 칭한다.

코스톨라니 달걀

 

  • A1 = 조정국면(거래량도 적고 주식 소유자의 수도 적다)
  • A2 = 동행 국면(거래량과 주식 소유자의 수가 증가한다)
  • A3 = 과장 국면(거래량은 폭증하고 주식 소유자의 수도 많아져 X에서 최대점을 이룬다)

  • B1 = 조정국면(거래량이 감소하고 주식 소유자의 수가 서서히 줄어든다)
  • B2 = 동행 국면(거래량은 증가하나 주식 소유자의 수는 계속 줄어든다)
  • B3 = 과장 국면(거래량은 폭증하나 주식 소유자의 수는 적어져 Y에서 최저점을 이룬다)

 

  •  A1국면과 B3국면에서 매수한다.
  •  A2국면에서는 기다리거나 가지고 있는 주식을 계속 보유한다.
  •  A3국면과 B1국면에서 매도한다.
  •  B2국면에서는 기다리거나 현금을 보유한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즉, 원형의 최하단부 'Y'부터 시작하자. 이 시기는 과장 국면(B3)의 끝시점으로 시세는 이미 오랜 기간 바닥을 기고 있으며, 도무지 오를 것 같지 않다. 이 시기에는 <비즈니스 위크>지의 '주식의 죽음'과 같은 사형선고가 계속해서 내려지는 시기이다. 어느 누구도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으며 금, 부동산, 유가물 등에 관심이 쏠린다. 언론매체에서는 증권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내용을 쏟아낸다. 시장이 극도로 차갑게 얼어붙는다. 하지만, 아무도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 불투명한 장세에서 주식을 매수한다. 바로 '소신파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경제 상황이 아주 나쁘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그 시기에 덤핑가로 주식을 산다. 그러고 나면 이제부터 상승 운동의 제1국면인 조정국면(A1)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하로 떨어진 주식 시세는 조정국면(A1)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적은 거래량 속에서 어느 정도 현실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수정된다. 이때에도 매수자는 아직 소신파 투자자들이다. 그 후 경제, 정차적 상황은 점점 회복되어 가며, 시장에도 서서히 봄이 찾아온다. 돈이라는 요소가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 다시 생기가 불어넣어 지고, 투자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시장은 제2국면인 적응 국면 혹은 동행 국면(A2)으로 넘어간다. 이 시기의 주가는 주변의 상황과 평행해서 조금씩 상승하며, 거래량도 이에 따라 늘어난다. 상황이 좋으면 주가는 올라가며, 상황이 나쁘면 주가는 다시 떨어진다.

 

좋은 소식들과 함께 주식 시세는 상승하며, 이는 다시 매수자를 자극한다. 제2국면인 동행 국면 시기의 매수자를 '혼혈아'라고 한다. 그들은 소신파 투자자와 부화뇌동파 투자자를 절반씩 닮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미 투자경험이 있다. 또한, 시세 상승을 알아낼 정도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적시에 매수 신청을 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매수는 또다시 시세를 상승시킨다.

 

제2국면의 단계는 외견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시장을 자동적으로 세 번째 국면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이 세 번째 국면(A3)은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매수에 참여하는 시기이다. 주가는 거래량이 늘면서 시간 단위로 상승하며, 시세와 고조된 분위기가 서로를 자극해 올라간 주가가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고조된 분위기는 다시 주가 상승을 일으킨다. 여기엔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오직 대중의 흥분만이 결정적인 요소이다. 아주 열정적인 투자자였으나 런던 공황 때 재산을 몽땅 잃어버린 아이작 뉴턴 경은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천체 운동은 센티미터와 초 단위로 측량할 수 있으나, 정신 나간 군중이 시세를 어떻게 끌고 갈지는 정말 알 수 없다."

 

세 번째 국면인 과장 국면(A3)에서는 이전에 주식을 바닥 가격에 팔고 돈을 유가물에 투자했던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이제 다시 주식시장에 끼어들려고 한다. 언론이 대규모 주식 매입에 대해 보도하고, 사교 모임에서 주식이 주된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로 되면 그들은 이제 주식을 사야 된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들은 거기에 무조건 동행하고자 한다. 그들은 이미 올라갈 대로 올라간 주식을 사들이고, 눈에 띄지 않거나 저평가된 주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현재 유행하는 주식만 사는 것이다. 그럼 누가 이 부화뇌동하는 소심한 투자자들에게 기록적인 값으로 주식을 파는 것일까? 그들은 바로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을 때 미리 주식을 사놓은 소신파 투자자들이다.

 

과장 국면(A3)은 오래갈 수 있으며, 주식 매입 역시 돈이라는 요소가 있는 한 계속된다. 그리고 소신파 투자자의 손에 있던 주식이 모두 부화뇌동파 투자자의 연약한 손(weak hand)으로 넘어가고 나면 이 국면은 끝이 난다. 그러면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수중에 더 이상 돈이 없다는 것과, 가진 것이라고는 신용으로 산 주식이 전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돈은 이미 소신파 투자자들에게 넘어가고 난 다음이다. 이제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은 주식을 더 높은 가격에 사고자 하는 고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나타나 주지 않는다. 현금으로 돈방석 위에 올라앉은 소신파가 그 시세로 주식을 살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마저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파탄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제 시장은 하강 운동의 첫 번째 국면인 조정국면(B1)으로 접어들었다. 이때는 새로운 고객이 없으므로 약간의 매도만 있어도 시세가 바로 떨어진다. 시세는 천천히 그리고 계속 떨어진다. 주식투자자들의 신경은 점차 예민해지고, 계속해서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이후 시장은 동행 국면(B2)으로 접어든다. 이 시기에 시장 분위기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고 극적으로 긴장되어 있다. 안 좋은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과장 국면(B3)의 시작이다.

 

과장 국면(B3)에서는 비관주의가 시장에 팽배하여있고, 이것은 다시 가격을 압박해 시세를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뜨린다. 마지막 국면의 이러한 약세장 흐름은 심리적인 전기 충격을 받고 정신을 차려서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되는 게 보통이다.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더라도 전기 충격이 없으면 시세는 날로 폭락한다. 주가 상승기에 합류한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내는 주문은 "몽땅 팔아라!" 오직 단 하나다. 시장은 폭락한다.

 

시장은 폭락했고, 자산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1987년 10월 19일 이 덤핑 가격에 주식을 산 사람들은 누구일까? 처음에 말했듯이, 바로 소신파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돈도 가지고 있고, 인내도 있었다. 반면, 부회뇌동파 투자자들은 주식을 덤핑 가격에 팔고 난 뒤 자신의 상처만 어루만지고 있다. 한 번의 겨울이 지나 봄이 왔고, 다시 겨울이 왔다. 언제나 손해를 보는 사람은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사람들이다.

 

3. 붐과 주가 폭락, 분리할 수 없는 쌍

1982년과 1987년 사이에 일어난 증권시장의 변동은 대표적인 사이클 순환의 예이다. 이런 예는 역사상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원자재든 외환이든 또는 부동산이든 모든 사이클은 동일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상승 운동 및 하강 운동은 인간 심리, 즉 놀라서 당황하거나 혹은 신이 나서 들떠 있는 심리 상태의 반영이다.

 

붐이나 주가 폭락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쌍이어서, 하나가 없는 다른 하나의 존재는 생각할 수도 없다. 번성기에 붐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결국에 가서는 그것을 터뜨리는 바늘이 나타난다. 그것은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붐 없이 폭락 없고, 또한 폭락 없이는 붐도 없다. 400여 년에 이르는 주식시장의 역사는 바로 붐과 폭락의 반복 그 자체이다. 그중 대부분은 잊혔으나 몇몇은 세계를 변화시켰고 역사에 기록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그 튤립처럼.

 

 

주식시장에서 바보보다 주식이 많으면 주식을 사야 할 때이고,
주식보다 바보가 많으면 주식을 팔아야 할 때이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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